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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의 추억] '댓글알바' 해보니 '뻥치기'도 쉽지 않네
"한 달 동안 어학원 홍보직 해보실래요?"
'댓글알바'는 '홍보직'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하루에 1시간 정도만 투자하시면 월 20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어학원 직원의 '하루 1시간, 월 20만원'이라는 말에 내 귀가 솔깃해졌다. 그때 나는 그 학원에서 한 달에 40만 원씩이나 하는 수업을 듣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내 지갑이 한창 배고프다고 소리를 질러대던 참이었다.
"저, 해 볼래요."
나는 어학원 직원을 따라 '아르바이트 설명회'를 찾아갔다. 내 또래의 대학생 열 명이 앉아서 학원 직원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다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거지?'하는 표정이었다. 어학원 직원이 드디어 입을 뗐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네이버', '다음', '엠파스'에 우리학원을 추천하는 댓글을 다는 것입니다."
'헉'.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말로만 듣던 '댓글알바'였다. 작년 2월, 나의 사이버 '다중인격'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알바용' 아이디는 여러 개, 사이버 공간 속 인격도 여러 개

'이렇게 쉬운 알바를 구하다니, 나 땡잡았어!'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였다. 이 '댓글알바'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댓글알바를 하는 동안 나는 온라인에서 다중인격자 행세를 해야 했다. 새 아이디를 10개는 더 만들었다. 그리고 이 아이디들을 번갈아 사용해서 댓글을 썼다. 그래야 내가 댓글알바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디도 함부로 지으면 안 된다. 비슷한 아이디 여러 개가 유사한 글을 계속 남기면 눈치 빠른 '네티즌 CSI'가 금방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댓글알바를 할 때 사용하는 아이디에는 유사한 알파벳이나 숫자를 넣어서는 안 된다. 'happy87' 'happy_87'과 같은 식으로 만들었다간 네티즌에게 목덜미를 잡히기 십상이다.
하루 종일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넘나들 때마다 내 직업과 나이는 180도 바뀌었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되기도 했다가 영어 울렁증이 있는 직장인이 되기도 했다. 하루는 외고입시를 준비하는 학원생이 되어 학원을 추천하는 글을 쓴다. 로그아웃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다시 로그인을 한다. 이번에는 000어학원에 아들을 보낸 아줌마가 되어 글을 쓴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영어를 잘하게 됐는지 아줌마 말투로 글을 써내려간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000 선생님을 좋아하는데요."
'이 정도면 사람들도 내가 강남 학부모라고 믿겠지'라는 확신이 들면 로그아웃한다. '로그인-아웃' 클릭에 내 인격도 '왔다갔다'다.
10줄이 넘는 댓글로 친절하게 '뻥'치다보니 어느새 소설가

사실 댓글알바를 하기 위해 다중인격이 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댓글알바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이라고 불리는 것. 바로 '창작의 고통'이었다. 나 또한 댓글로 푼돈을 벌기 위해 평범한 학원을 우리나라 최고의 학원으로 꾸며야 했다. 입에 침도 안 바른 듯한 과장을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말투로 10줄 이상씩이나 써야 했다.
처음에는 다른 학원 알바들이 쓴 글을 보고 따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뒤 내 창작력은 다른 댓글알바들의 뺨을 칠 정도였다. 늘 나의 댓글 첫 줄은 질문자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학원에 들러 상담을 받아보라'는 조언을 적어주면 완벽한 나만의 댓글이 완성됐다.
닭살이 절로 돋는 온갖 이모티콘으로 고객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댓글알바의 '철칙'이다. 질문자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는 댓글을 쓰기 위해 퇴고를 여러 번 하는 것도 기본이다. 상대방의 현 영어 실력에 대한 조언도 써주면서 말이다. '내가 이처럼 정성들여 글을 썼던 적이 있던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충대충 쓰려는 꼼수는 이 댓글알바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자신이 쓴 댓글을 모두 캡처해서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알바들이 글을 잘 썼는지 체크하고 적합한 글에 대해서만 급료를 지급했다. 그러다보니 한 가지 글을 복사해서 쓰는 허튼 수작도 부릴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알바라는 티가 나지 않도록 경험담의 형식으로 학원 홍보글을 써야 했다. 이처럼 댓글을 매일 써야 하다 보니 모니터 앞에 선 내 머리는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 덕분에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친절한 말투를 배웠다면 과장일까?

▲ 내가 어학원 직원에게 보낸 업무 보고서 내가 어떤 댓글을 썼는지 어학원 직원에게 매일 보고해야 한다.
성의없이 댓글을 달았다간 가차없이 해고다. ⓒ 민지현
'뻥'쳐서 번 돈 쓰다 보니 내 가슴도 '뻥'
하루에 2개의 댓글을 25일 가량 쓰고 나서 받은 돈은 20만 원. 한 개당 4000원 가량의 돈을 받은 것이다. 댓글 한 개를 쓰는 데 30분 정도 걸리니 시급 8000원 정도 되는 짭짤한 알바를 한 셈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독특한 알바 경험을 말하며 웃어넘긴다. 하지만 솔직히 털어놓자면 거짓말로 돈 벌었다는 경력은 자랑스럽지 않다. 친구가 "네 댓글읽고 그 학원 다녔어. 그런데 별로였어"라고 말할 땐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내 과장광고를 보고 그 학원을 다니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
광고로 오염된 포털 사이트 댓글을 보면서 혀를 차곤 했는데 어느새 나도 거기에 한몫한 셈이 되어 버렸다. 힘들더라도 나를 속이지 않는 일을 했다면 이런 부끄러운 생각은 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푼돈에 대한 욕심, 쉽게 돈을 벌어보려는 '얍삽함'을 가진 과거의 나와 같은 댓글알바 때문에 인터넷이라는 대화의 장이 어지럽혀진 것이 사실이다. 댓글알바를 경험한 나는 인터넷의 모든 댓글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본다.
댓글알바 선배로서 '뻥'으로 인터넷을 '뻥' 뚫어버리는 돈벌이는 그만 하자고 말하고 싶다. 계속 그렇게 '뻥' 치다 보면 자신의 가슴도 신뢰도 어느새 '뻥' 뚫려 버리기 때문이다.

2008 OhmyNews
"한 달 동안 어학원 홍보직 해보실래요?"
'댓글알바'는 '홍보직'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하루에 1시간 정도만 투자하시면 월 20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어학원 직원의 '하루 1시간, 월 20만원'이라는 말에 내 귀가 솔깃해졌다. 그때 나는 그 학원에서 한 달에 40만 원씩이나 하는 수업을 듣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내 지갑이 한창 배고프다고 소리를 질러대던 참이었다.
"저, 해 볼래요."
나는 어학원 직원을 따라 '아르바이트 설명회'를 찾아갔다. 내 또래의 대학생 열 명이 앉아서 학원 직원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다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거지?'하는 표정이었다. 어학원 직원이 드디어 입을 뗐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네이버', '다음', '엠파스'에 우리학원을 추천하는 댓글을 다는 것입니다."
'헉'.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말로만 듣던 '댓글알바'였다. 작년 2월, 나의 사이버 '다중인격'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알바용' 아이디는 여러 개, 사이버 공간 속 인격도 여러 개

▲ '댓글알바'를 하기 위해 사용한 아이디들 각 포털 사이트 별로 아이디를
5개 이상 만드는 것은 '댓글알바'들의 기본 수칙이다. ⓒ 민지현
5개 이상 만드는 것은 '댓글알바'들의 기본 수칙이다. ⓒ 민지현
'이렇게 쉬운 알바를 구하다니, 나 땡잡았어!'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였다. 이 '댓글알바'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댓글알바를 하는 동안 나는 온라인에서 다중인격자 행세를 해야 했다. 새 아이디를 10개는 더 만들었다. 그리고 이 아이디들을 번갈아 사용해서 댓글을 썼다. 그래야 내가 댓글알바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디도 함부로 지으면 안 된다. 비슷한 아이디 여러 개가 유사한 글을 계속 남기면 눈치 빠른 '네티즌 CSI'가 금방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댓글알바를 할 때 사용하는 아이디에는 유사한 알파벳이나 숫자를 넣어서는 안 된다. 'happy87' 'happy_87'과 같은 식으로 만들었다간 네티즌에게 목덜미를 잡히기 십상이다.
하루 종일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넘나들 때마다 내 직업과 나이는 180도 바뀌었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되기도 했다가 영어 울렁증이 있는 직장인이 되기도 했다. 하루는 외고입시를 준비하는 학원생이 되어 학원을 추천하는 글을 쓴다. 로그아웃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다시 로그인을 한다. 이번에는 000어학원에 아들을 보낸 아줌마가 되어 글을 쓴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영어를 잘하게 됐는지 아줌마 말투로 글을 써내려간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000 선생님을 좋아하는데요."
'이 정도면 사람들도 내가 강남 학부모라고 믿겠지'라는 확신이 들면 로그아웃한다. '로그인-아웃' 클릭에 내 인격도 '왔다갔다'다.
10줄이 넘는 댓글로 친절하게 '뻥'치다보니 어느새 소설가

▲ 내가 직접 작성한 댓글 학원 추천글을 10줄 이상의 댓글로 작성해야 했다.
'알바가 아닌 척'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 민지현
'알바가 아닌 척'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 민지현
사실 댓글알바를 하기 위해 다중인격이 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댓글알바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이라고 불리는 것. 바로 '창작의 고통'이었다. 나 또한 댓글로 푼돈을 벌기 위해 평범한 학원을 우리나라 최고의 학원으로 꾸며야 했다. 입에 침도 안 바른 듯한 과장을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말투로 10줄 이상씩이나 써야 했다.
처음에는 다른 학원 알바들이 쓴 글을 보고 따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뒤 내 창작력은 다른 댓글알바들의 뺨을 칠 정도였다. 늘 나의 댓글 첫 줄은 질문자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학원에 들러 상담을 받아보라'는 조언을 적어주면 완벽한 나만의 댓글이 완성됐다.
닭살이 절로 돋는 온갖 이모티콘으로 고객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댓글알바의 '철칙'이다. 질문자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는 댓글을 쓰기 위해 퇴고를 여러 번 하는 것도 기본이다. 상대방의 현 영어 실력에 대한 조언도 써주면서 말이다. '내가 이처럼 정성들여 글을 썼던 적이 있던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충대충 쓰려는 꼼수는 이 댓글알바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자신이 쓴 댓글을 모두 캡처해서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알바들이 글을 잘 썼는지 체크하고 적합한 글에 대해서만 급료를 지급했다. 그러다보니 한 가지 글을 복사해서 쓰는 허튼 수작도 부릴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알바라는 티가 나지 않도록 경험담의 형식으로 학원 홍보글을 써야 했다. 이처럼 댓글을 매일 써야 하다 보니 모니터 앞에 선 내 머리는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 덕분에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친절한 말투를 배웠다면 과장일까?

▲ 내가 어학원 직원에게 보낸 업무 보고서 내가 어떤 댓글을 썼는지 어학원 직원에게 매일 보고해야 한다.
성의없이 댓글을 달았다간 가차없이 해고다. ⓒ 민지현
'뻥'쳐서 번 돈 쓰다 보니 내 가슴도 '뻥'
하루에 2개의 댓글을 25일 가량 쓰고 나서 받은 돈은 20만 원. 한 개당 4000원 가량의 돈을 받은 것이다. 댓글 한 개를 쓰는 데 30분 정도 걸리니 시급 8000원 정도 되는 짭짤한 알바를 한 셈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독특한 알바 경험을 말하며 웃어넘긴다. 하지만 솔직히 털어놓자면 거짓말로 돈 벌었다는 경력은 자랑스럽지 않다. 친구가 "네 댓글읽고 그 학원 다녔어. 그런데 별로였어"라고 말할 땐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내 과장광고를 보고 그 학원을 다니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
광고로 오염된 포털 사이트 댓글을 보면서 혀를 차곤 했는데 어느새 나도 거기에 한몫한 셈이 되어 버렸다. 힘들더라도 나를 속이지 않는 일을 했다면 이런 부끄러운 생각은 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푼돈에 대한 욕심, 쉽게 돈을 벌어보려는 '얍삽함'을 가진 과거의 나와 같은 댓글알바 때문에 인터넷이라는 대화의 장이 어지럽혀진 것이 사실이다. 댓글알바를 경험한 나는 인터넷의 모든 댓글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본다.
댓글알바 선배로서 '뻥'으로 인터넷을 '뻥' 뚫어버리는 돈벌이는 그만 하자고 말하고 싶다. 계속 그렇게 '뻥' 치다 보면 자신의 가슴도 신뢰도 어느새 '뻥' 뚫려 버리기 때문이다.

▲ '댓글알바'를 모집한다는 공고 '댓글알바'를 모집한다는 공고는 이제 인터넷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뻥'으로 돈벌고자 하는 사람이 더 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민지현
'뻥'으로 돈벌고자 하는 사람이 더 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민지현
2008 OhmyNews





